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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우등사: 배운 것이 넉넉하면 벼슬에 오를 수 있다

[독서법 칼럼]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

태이야태이 2021. 9. 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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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들어서 독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해방 이후인 1945년 이후부터였다. 통계에 따르면 1940년대 우리나라는 78%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라는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문맹퇴치운동을 만들기도 하며 사람들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힘썼다. 국가에서는 공공도서관을 더 많이 설립했고 기존의 공공도서관에 다양한 책을 구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독서 관련 캠페인을 만들며 농촌에 있는 농부들에게까지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1950년대 이후로 국내 문맹률이 꾸준히 감소하여 1~2%에 불과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문해율이 99.8%에 달했다고 한다. 광복 직후에 국민 108명이 문맹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울만하다. 우리나라가 문맹률 제로에 가까운 나라라는 꼬리표를 달며 해외에서는 한국인들은 똑똑하다, 한글의 우수성은 놀랍다 등 다양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1, 글자만 읽을 줄 아는 문맹률 통계 조사는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OECD는 실질문맹률을 조사했다. 대한민국은 실질문맹률 75%라는 결과가 나왔다. 실질문맹이란 문장이나 글을 읽고 나서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는가?’ 이다. 문맹은 퍼센트가 낮을수록 글을 못 읽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실질문맹은 퍼센트가 높을수록 글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한다. 문맹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한국이 실질 문맹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글을 읽을 줄 아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읽어도 이해할 줄 모른다. 글을 읽고도 옆 사람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며 다시 묻는다.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책과 멀어지고 스마트폰과 가까워지는 사회가 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틀린 맞춤법, 비표준어, 비문 등과 친숙해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도 잘못된 한글이나 비문이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지적할 줄 모른다.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시 1940, 독서를 강요하던 때로 돌아왔다. 다시 사회는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독서하기를 강하게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1940년대와는 다르게 책을 읽는 사회가 쉽게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약국에서 받는 약 봉투에 쓰여 있는 글을 읽어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어 약사에게 설명을 들어야 하고 보험 약관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서명부터 해버린다.

 

 

 

한 지인은 신문을 구독해보고 싶은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읽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읽을 줄 알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읽는 행위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의 현실이다. 2004KEDI(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 8%의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단어를 읽거나 쓰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20%는 기능적 문맹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능적 문맹이란 읽고 쓰는 것은 조금 할 수 있지만 사회나 경제적인 관계 내에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난독증이 거의 없다. 난독증은 시각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읽지를 못하는 것이다. 난독증은 없으나 글을 읽고 이해하는 실질 문맹에 빠졌다. 성인 22%는 약관이나 설명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청소년들은 문제를 풀 때 문제를 읽고도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학원에서 근무할 때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문제를 이해 못했어요.”라는 질문을 숱하게 듣기도 했다. 막상 설명을 쉽게 해주면 그제야 문제를 풀었다.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한 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이다. 책을 멀리하는 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만들었다.

 

책이란 재미없다. 고리타분하다. 책을 강요하는 것은 꼰대들의 생각이다. 책은 억지로 읽어야 하는 것, 많이 읽어야만 효과가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또한 긴 글을 읽는 것을 회피하는 사회로 굳어져버렸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칼럼 밑에 베스트 댓글은 누가 요약 좀이었다. 그 외에도 길어서 못 읽겠다.’라는 글이 이어져 나왔다. 검은 것은 글자고 흰 것은 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케팅이나 광고, 홍보를 할 때도 요점만 간단히, 글을 쓸 때도 단조롭고, 짧고 강하게라는 것이 사회적 문화가 되어버렸다. 이렇듯 긴 글을 읽지 않는 문화가 되다보니 책을 멀리하는 이유 역시 당연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문맹퇴치운동을 실시했던 1940~50년대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어쩌면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글자만 보지 말고 글을 읽고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나의 문해력을 높이고 실질문맹률을 낮추며 보험약관을 읽고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은 독서만한 것이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것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 아깝기도 하다. 어쩌면 읽을거리가 너무 많아진 사회에서 살다보니 글의 소중함을 모르고 간단명료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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